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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인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요즘에는 술도 그다지 즐기지 않고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한잔만 먹어도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수준이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술에 대해서 먹으면 취하고 취하면 기분좋고 그래서 마시는 것이라는 정도의 수준만 알고 이 술은 어떻게 만들고 어떤게 좋은건지 잘 모릅니다. 그저 와인데 대해서도 아는 것이라고는 포도로 만든 술이라는 정도랄까요.

 

와인에 대해서 검색해보면, 어느 지방의 품종이 어떻고 등급은 저떻고 아로마가 어떻다느니 밀도감에 산도, 탄닌의 함유량이 블라블라블라하는 걸 보면 머리만 아프고 아무 감동을 못느낍니다.

 

비슷비슷한 라벨에 읽기도 어려운 이름을 달고 있는 와인들을 보면, 그저 내가 와인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마시면 좋은 저렴한 와인이 무엇인지정도입니다.

 

그런 내게 와이프가 명절에 어디에선가 선물받은 와인 몇병이 있다며 마시라고 건내주었고 저는 그 말씀을 충실히 따라 밤에 해외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며 와인을 홀짝 거리게 되었고 적당한 취기와 적당한 과일향을 맡으며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페인, 칠레나 아르헨티나,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의 와인보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혓바닥이 까끌거리는 듯한드라이한 맛을 좋아하는 반면, 단 맛이나 과일향이 많이 나는 맛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첫번째로 마신 와인은 프랑스산 보르도 와인인데,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드라이한 맛도 거의 느끼지 못했고 과일향이 풍부해서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혼자 밤마다 홀짝거리며 3일만에 한병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20년전 싱가폴의 오차드 로드에 위치한 하이야트 호텔에 가면 2층에 와인바가 있었습니다. 메뉴판에는 한잔씩도 주문이 가능한 맛좋고 값싼 하우스 와인에서부터 값비싼 와인들과 함께 전세계의 시가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와인바는 시가 연기로 가득했고 구수한 시가향과 함께 마시는 와인은 그야말로 천국의 경험이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즐기던 것은 값싼 하우스 와인 한잔에 쿠바산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비싸지 않은 시가였습니다. 쌉쌀하고 드라이한 하우스 와인의 끝맛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부드러운 향기가 입안을 달래주면서 목넘김을 부드럽게 해 주는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부터 밤마다 홀짝거릴 두번째 와인은 이 친구입니다.

 

 

 

 

병끝을 감싸고 있는 빨간 호일을 벗기고 코르크 마개를 따는 순간 들려오는 하는 청량감있는 소리를 빨리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코끝을 병끝에 가까이 가져가서 향기를 맡고 싶습니다. 벌써 가슴이 설레이고 밤이 기다려집니다. 입안에 한모금 물고 입안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맛을 느끼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와인도 좋지만, 늦은 밤 혼자 마시는 와인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좋은 친구가 있다면 간단한 안주를 준비하라고 하고 주변에 있는 마트에 가서 그리 비싸지 않은 느낌 좋은 와인 한병을 들고 친구를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와 와인을 함께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갖는 것도 인생의 향기를 풍부하게 해줄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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