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mphleteer

반응형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내 서비스업의 고용 급감으로 고민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을 미국내에서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해외에 나간 미국 기업들의 본국 회귀를 돕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미국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가운데 미국내 셰일 업계의 활황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자 미국 내 생산단가가 낮아지며 미국내 제조업 전반에 훈풍이 불며 고용율이 높아지고 셰일업체에 대한 추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18년 하반기 드디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되었고 오일 관련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2019년 기준 일당 약 1500만 배럴에 달하는 미국 에너지 생산량의 약 63%를 차지하며 셰일혁명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쌓인 에너지 분야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 중동정책에도 변화를 주면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아프가니스탄 종전 협상 등 에너지 때문에 중동에 의지해 왔던 모습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투자와 기술 혁신으로 인해 미국내 셰일 채굴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평균 약 45달러로 낮아졌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배럴당 약 8달러나 러시아의 배럴당 약 25달러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았습니다. 또한, 액체 상태인 원유가 탱크에 저장해서 트럭, 열차 등 일반 교통수단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반면, 천연가스는 기체이기 때문에 저장 허브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해서만 수송이 가능한데 셰일 가스의 생산 거점은 남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주에 위치하고 셰일 가스의 대량 소비처인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핵심 대도시는 생산 거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운송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물과 화학약품을 섞어 강한 압력으로 지층을 깨부수는 추출 공법은 지하수 오염, 지반 침하우려 등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비판을 받고 있으며, 규제 강화로 인해 채굴비용이 증가될 여지가 많습니다.

 

한때, 셰일혁명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셰일업계는 2014년 이후 국제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최근 몇 년간 북미 셰일 및 에너지기업의 파산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 기업들의 파산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이번 코로나 19 전염병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간의 치킨 게임에 의한 유가 하락은 미국 셰일업계에 치명타를 안겼습니다.

 

JP모건체이스, 씨티은행 등 미국의 대형은행도 자기자본금의 7~15%를 에너지업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셰일기업들이 위기에 몰리면서 셰일업계에 투자한 주요은행 또한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며, 미국 석유연구소(API)에 따르면 에너지 부문은 미국 국내총생산(GDP)7.6%와 고용 부분에서 5.6%를 차지하는 미국내 핵심 산업이어서 셰일업계의 위기가 미국 경제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중소형 셰일업체들은 위기에 취약하고 셰일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 주요 생산 거점인 텍사스 경제에도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셰일업계의 도산 위험이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보수 지지층이자 자신의 지지기반인 텍사스주를 살리기 위해 조만간 셰일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17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국제 유가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사우디와 원유동맹을 추진한다거나 25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와 전화통화로 압박을 가하거나 사우디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통한 감산 압박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등 다각도로 국제 유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중이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양적완화 항목에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해 셰일업계를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유가 안정으로 배를 불리고 있던 미국 셰일업계를 견제하고자 러시아가 촉발한 치킨 게임의 당사국인 사우디는 국가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러시아는 루블화가 폭락하는 등 에너지 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러시아 국내 경제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소 산유국들은 앞다투어 IMF로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이동제한령과 교역 감소 등으로 전세계 에너지 수요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원유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코로나 19 확산발 국제 유가 하락의 위험은 미국의 셰일업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추회사의 머리위로 드리운 짙은 먹구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응형